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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100년 산책] 왜 지금 다시 자유민주주의인가

자유민주주의! 항상 사용하는 말이면서도 생활화된 관념이거나 정치적 체온을 느끼는 개념은 못되고 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때부터 쓰였으나 공산주의와 상치되는 정치이념으로 부각되었을 뿐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건국이념으로 받아들이고 6·25전쟁을 치르면서 자유민주국가의 주역을 담당했던 미국의 직간접적 영향을 수용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어떤 것인지 체험했다. 그 방향과 과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 정치계의 실정이다.   자유민주의 정신적 전통은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르네상스 때부터 움트기 시작했다. 기독교 정신이 남겨준 휴머니즘과 새로 탄생한 예술을 포함한 인문학의 후예로 태어났다. 그 정신을 모체로 두 갈래의 사회적 영역의 대조적 구분을 만든 것이 영국 중심의 경험주의와 유럽 대륙의 관념지향 사상이다. 두 전통 모두 장단점은 있다. 영국 경험주의가 추구하는 실용적 가치는 정치 경제의 장점을 택했고, 대륙의 관념주의는 정신문화의 우월성을 창출했다. 인문학적 성과는 대륙이 선도한 셈이나, 정치 경제적 발전은 영국이 영도하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마르크스 공산주의가 등장했으나, 영국에서는 현실에 입각한 공리주의 정신이 열매를 맺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탄생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경험주의 현실의 사회가치를 발전시켰다. 가장 많은 사람의 가장 큰 행복을 정치적으로 개발한 결과가 의회민주정치라는 세계정치사의 큰 흐름을 발전시켰다. 처음으로 민주주의 정치 방향을 제시하였다. 미국 같은 나라가 대통령제를 추가했으나 여전히 민주정치를 위한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경제적 민주정신은 어떠했나. 국민이 자율적으로 생산방법의 개선을 쌓아가면서 경제성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이론을 현실화하였다. 그런 공리주의 정신은 국민생활의 휴머니즘과 인간(국민을 포함한) 목적관과 일치되는 세계사의 바른길이었다.   제2의 유럽이라고 볼 수도 있고, 영국 본점의 지점으로 출발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미국이 그 뒤를 계승하였다. 미국의 정신적 탄생은 200여년 전이라기보다는 르네상스 시대의 전통을 받아 성장한 것이다. 문화면에서 본다면 영어문화권의 세계화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미국의 정치는 영국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대통령 중심의 행정부를 강화해 국가 성장을 촉진하는 데 비중을 추가했다고 보면 좋겠다. 그러나 경제면에선 유럽이나 영국과 다른 독자적 방향과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경제여건이 판이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그 초창기의 경제현상을 자본주의 경제라고 지칭했다.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원의 개발과 소득을 소유하는 체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이 소유하는가’를 경제의 척도로 여기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런 소유체제는 국가체제로 보거나 사회의 공동발전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자본가들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다. 자산은 개인의 소유가 아닌 사회의 공유체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발전적 개념을 느끼면서 소유체제가 공유체제로 발전하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번지는 사회주의 경제관의 영향은 물론 경제 혜택은 소유가 아닌 공유체제에서 유지된다는 변화를 수용한 것이다.   역사를 거듭하는 동안에 19세기 후반부터는 공유체제가 다시 기여체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정치는 정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며 교육과 문화는 전문가들이 아메리카를 위해 봉사하듯이, 기업인들은 경제적 가치와 결실을 창출해 그 혜택을 국민에 기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자본주의는 곧 종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경제관을 극복하고 새로운 경제관과 이념으로 정착시켰다. 20세기에서 현재까지 미국만큼 경제성장에 성공한 국가가 없었을 정도이다. 무엇이 그 역사적 변화를 가능케 했는가. 좁은 의미의 경제이론이나 정책보다는 경제 휴머니즘의 혜택이다. 경제가치를 소유에서 공유체제로, 다시 인도주의적 기여체제로 탈바꿈해온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경제적 가치와 혜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기여 봉사하려는 정신이 지속하는 동안은 자본주의라는 명칭은 바뀌어도 경제의 생명력은 약화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되었다.   개인과 자유는 한 뿌리의 두 가지   미국의 자유·민주정신을 우리는 뒤늦게 피상적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후진국과 선진국도 경제적으로는 아메리카의 정책을 뒤따르고 있다. 무엇이 그 원동력이 되었는가. 미국인은 자유라는 개념을 많이 쓰지 않는다. 개인과 자유는 같은 뿌리에서 자란 두 개념이 되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속에 자유가 잠재해 있고 자유는 더 많은 사람을 위한 필수관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현실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현재까지의 미국은 그 정신을 견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정치 경제적 성장을 가능케 한 사상이 실용주의 철학이다. 공리주의에서 태어난 방법론인 셈이다. 더 많은 국민이 행복과 인간다운 삶을 찾아 누리기 위해 실용적 가치를 추구하는 정신이다. 그 핵심 중의 하나가 공산주의와 같은 투쟁이 아니다. 대륙 국가들이 택하는 토론도 아닌, 대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의 행복을 찾아 협력 실천하자는 방법이다. 그 성공을 위해 교육제도와 내용을 개혁했다.   한때 우리는 그 방법을 새 교육이라고 수용했다. 정치사회의 다수와 미래를 위한 객관적 가치의 추구인 것이다. 지금 정치계에서 중도노선이라든지 실용주의 노선을 주장하는 길이 그 방향과 방법이다. 모든 선입관념이나 고정이념을 버리고 미래의 국민 다수를 위한 정치 경제의 길을 꾸준히 개척해 나가는 정신이다. 그 주체는 창조적 자유이고 근거와 목표는 휴머니즘(인간애)의 정신이다. 지금 우리가 선택 추진시키고 있는 자유민주정신이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자유민주주의인가 르네상스 정치 경제적 경제적 민주정신 자유민주주의 이념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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